원고를 완성했다고 해서 책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에게는 그때부터 진짜 낯선 일이 시작됐습니다. “이제 이걸 어떻게 실제 책으로 만들지?”라는 질문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문 출판사에서 일해본 사람도, 출판 편집을 배운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ISBN, 판형, 표지 규격, 유통 같은 단어 하나하나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직접 부딪혀 보니 생각보다 과정은 명확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히 POD의 뜻만 설명하는 대신, Sister Squad를 실제 책으로 만들면서 제가 어떤 순서로 준비했고 무엇을 확인했는지를 중심으로 기록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원고를 다시 읽는 것이었습니다. AI와 함께 만든 초안이 완성됐다고 해서 바로 출판 파일로 넘기지는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앞뒤가 연결되는지, 율이와 정이의 성격이 장면마다 흔들리지 않는지, 어린 독자가 읽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은 없는지 다시 확인했습니다.
특히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제가 실제로 전달하고 싶은 감정인지 하나씩 판단했습니다. AI는 문장을 매끄럽게 만들어줄 수 있지만, 어떤 장면을 남기고 어떤 장면을 버릴지는 결국 창작자의 몫이었습니다.
책을 처음 만드는 입장에서는 표지만 예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본문 파일과 표지 파일을 별도로 준비해야 했습니다. 표지는 책의 첫인상을 결정하고, 본문은 실제 독서 경험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AI 이미지 도구를 활용해 여러 방향의 표지 이미지를 만들고, Sister Squad의 캐릭터와 세계관에 어울리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목의 위치, 글자의 가독성, 앞표지와 뒷표지의 연결까지 함께 봐야 했습니다.
POD는 Print on Demand, 즉 주문형 인쇄를 뜻합니다. 미리 수천 권을 찍어 창고에 쌓아두는 방식과 달리 주문이 발생하면 필요한 수량을 인쇄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재고와 초기 인쇄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도 개인 창작자가 자신의 책을 만들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실제로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은 글을 쓰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파일 규격을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책 크기와 페이지 수에 따라 본문 여백과 표지 크기가 달라지고, 표지는 책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제작 가이드를 먼저 읽고 그 규격에 맞춰 파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 확인 항목 | 제가 확인한 내용 |
|---|---|
| 판형 | 책의 실제 크기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제작 규격 |
| 본문 | 페이지 순서, 여백, 글자 크기, 이미지 잘림 여부 |
| 표지 | 앞표지·책등·뒷표지의 전체 크기와 안전 영역 |
| 페이지 수 | 최종 페이지 수에 따른 책등 및 표지 규격 변화 |
| 파일 | 플랫폼이 요구하는 파일 형식과 업로드 조건 |
출판에서 ‘예쁜 파일’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규격에 맞는 파일’이었습니다. 작업 초기에 플랫폼의 최신 제작 가이드를 먼저 확인하면 뒤에서 다시 만드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POD 플랫폼에 가입한 뒤 책 만들기 절차를 시작하면 책의 기본 정보부터 입력하게 됩니다. 제목, 저자, 책 소개, 카테고리와 같은 정보가 들어가고 본문과 표지 파일을 각각 업로드합니다. 국내에서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POD 서비스로는 부크크나 교보문고 퍼플 같은 플랫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마다 세부 조건과 화면이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오래된 블로그 글만 보고 따라가기보다는 출판하려는 시점의 해당 플랫폼 공식 안내와 제작 가이드를 기준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책을 등록하면서 ISBN과 유통에 대해서도 알게 됐습니다. ISBN은 책을 식별하기 위한 국제표준도서번호이고, 온라인 서점 등 외부 유통을 원한다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유통 신청 절차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책을 만들면 자동으로 모든 서점에서 판매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작, 출판, 유통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각각 확인해야 하는 단계였습니다. 이 차이를 알고 시작하니 전체 과정이 훨씬 명확해졌습니다.
판매 가격을 정할 때는 단순히 “얼마를 벌고 싶은가”만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제작비와 플랫폼 조건, 책의 분량과 독자가 받아들일 가격을 함께 생각해야 했습니다. 특히 POD는 주문마다 제작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량 인쇄와 가격 구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처음 만든 책이 실제 독자의 손에 들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가격을 찾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첫 책은 사업의 완성이라기보다 창작자로서 출판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첫 번째 결과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본문과 표지를 업로드하고 모든 정보를 입력했다고 해서 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플랫폼의 검토 과정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생길 수 있고, 파일에 문제가 발견되면 다시 수정해서 업로드해야 합니다.
저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페이지를 다시 보고, 이미지가 잘리지 않았는지, 문장이 이상하게 끊기지 않았는지, 표지의 제목이 제대로 보이는지 확인했습니다. 화면에서 보는 PDF와 실제 종이에 인쇄된 책은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었습니다.
모든 검토가 끝나고 출판이 완료됐을 때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의외로 대단한 성취감보다 “정말 내가 책을 만들었구나”라는 묘한 실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딸들과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AI에게 이야기를 부탁하고, 다시 고치고, 그림을 만들고, 표지를 만들고, 출판 플랫폼의 규격을 공부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어느 순간 화면 속 파일이 실제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이 과정을 통해 배운 가장 큰 사실은 출판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좋은 책을 만드는 데에는 글쓰기, 편집, 디자인, 출판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알고 시작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모르는 것은 하나씩 찾아보고, 플랫폼의 안내를 읽고, 파일을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다시 고치면 됩니다. AI는 이 과정에서 글과 이미지 작업을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무엇을 만들고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저에게 POD 출판은 단순히 책 한 권을 판매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디어 → 이야기 → 이미지 → 편집 → 출판’이라는 창작의 전체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이후 음악, 영상, 게임, 성경 앱 등 다른 창작 프로젝트를 계속 시도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① 원고 확정 → ② 표지·본문 제작 → ③ 판형과 규격 확인 → ④ POD 플랫폼 등록 → ⑤ 파일 업로드 및 정보 입력 → ⑥ 가격·ISBN·유통 확인 → ⑦ 검토와 수정 → ⑧ 최종 출판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하나씩 만들어 온 결과물이 쌓이면서 Chris LEE.PAPA Creative Archive라는 공간을 왜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음악·문학·영상·신앙·게임을 하나의 창작 아카이브로 연결한 이유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